https://fonts.googleapis.com/css2?family=Cinzel:wght@400;500;600;700&display=swap [가상자산법 분기점] ① 이용자 보호 이후…2단계법 늦어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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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법 분기점] ① 이용자 보호 이후…2단계법 늦어진 이유

Date

December 15, 2025

Author

최이담

가상자산 2단계법 입법을 앞두고 이슈와 쟁점을 짚어봅니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2단계 입법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용자 보호 중심의 1단계를 '응급처치', 발행·유통 규율까지 포괄하는 2단계를 '본게임'으로 본다. 가상자산 2단계법은 처음부터 예정돼 있었지만 논의가 예상보다 훨씬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이다.


이용자 보호'에 머문 1단계

15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거래소를 중심으로 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예치금 분리 보관, 불공정거래 규제, 이상거래 감시 등은 이용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사후 보호장치에 가깝다. 2022년 테라·루나 폭락, 미국 FTX 파산 등 대형 사고가 반복되면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데 따른 조치다. 

다만 이 법은 거래소 바깥의 문제에는 손을 대지 못했다. 토큰발행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근거가 없고, 프로젝트가 중단돼도 투자자는 책임을 물을 곳이 없다. 거래소에 상장되기 전 단계 혹은 거래소를 거치지 않는 자산에 대해서는 여전히 규율 공백이 남아 있다.

그러나 2단계 입법은 성격이 다르다. 단순한 이용자 보호에 그치지 않고 가상자산 시장을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발행구조, 사업자 책임, 시장질서, 시스템 리스크 등이 논의 대상이다. 어떤 자산을 허용할지, 누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등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

1단계가 사고 이후의 이용자 보호에 집중했다면 2단계는 애초에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시장 구조를 설계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이에 따라 규제 대상도 거래소를 넘어 가상자산 발행과 유통의 전 과정으로 확대된다.




2단계 입법이 늦어진 이유


2단계법에 대한 논의가 길어진 것을 입법 지연의 이유로 보기는 어렵다. 논의 대상이 가상자산이라는 틀을 벗어나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확장됐기 때문이다. 특히 결제·지급 기능을 갖춘 디지털자산이 등장하면서 기존 금융질서와의 경계가 흐려졌다.

이 과정에서 관할부처 간 시각차이가 나타났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시장과 사업자 규율을 중심으로 접근한 반면 한국은행은 통화정책과 지급결제 안정성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외환·재정·국제금융 측면에서의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했다. 어느 한 쪽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관여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 된 셈이다.

이견은 공식석상에서도 드러났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스테이블코인이 화폐에 완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틀린 생각"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반면 금융당국은 시장의 현실을 감안한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대상을 두고 서로 다른 원칙이 충돌한 셈이다.

특히 원화연동자산이 논의 대상에 오르면서 가상자산 규제는 금융위의 단독 영역을 벗어나 통화정책과 지급결제 안정성 문제로 확장됐다. 결국 2단계 입법은 가상자산 규제를 넘어 금융 시스템의 경계를 다시 설정하는 작업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이 지점에서 조율과 합의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고 입법 속도 역시 자연스럽게 늦춰졌다.

조율 지연은 행정 문제를 넘어 제도 공백에 따른 비용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 거래소의 글로벌 점유율은 2021년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이어갔고 외국인·법인 투자자는 사실상 국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구조가 굳어졌다.

외국인·법인 거래와 가상자산 파생상품이 제한된 국내 시장은 글로벌 자금흐름에서 점차 소외됐다. 그사이 투자 수요는 규제가 느슨한 해외 시장으로 이동했다. 가상자산 2단계법 논의가 '규제 정비'를 넘어 '경쟁력 회복' 과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멈춘 정책, 움직이는 시장

제도에 대한 논의가 정체된 사이 시장은 빠르게 변했다. 가상자산이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결제와 가치이전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이 흐름에서 정책의 초점도 거래소 규율에서 발행구조로 이동했다. 특히 2024년 유럽연합(EU)이 가상자산시장법 '미카(MiCA)'를 시행하고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자 국내에서도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그 중심에 스테이블코인이 있다. 가격안정을 목표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가상자산과 달리 발행자의 책임과 상환구조를 전제로 한다. 특히 원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은 민간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의 성격을 띠며 통화·결제 질서와 맞닿아 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의 제도권 편입이 가속될 경우 국내 자금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쏠릴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가상자산 규제를 넘어 통화·결제 주권의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이유다.

결국 2단계 입법이 지체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가상자산을 ‘시장’으로 볼 것인지 ‘금융’으로 편입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2단계법이 늦어진 것은 속도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를 가상자산 규제로 보고 어디서부터를 금융질서로 볼지부터 다시 따져야 했기 때문”이라며 “거래소 규율에서 출발한 논의가 발행과 통화 문제로 확대되면서 합의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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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법 분기점] ① 이용자 보호 이후…2단계법 늦어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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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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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담

가상자산 2단계법 입법을 앞두고 이슈와 쟁점을 짚어봅니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2단계 입법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용자 보호 중심의 1단계를 '응급처치', 발행·유통 규율까지 포괄하는 2단계를 '본게임'으로 본다. 가상자산 2단계법은 처음부터 예정돼 있었지만 논의가 예상보다 훨씬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이다.


이용자 보호'에 머문 1단계

15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거래소를 중심으로 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예치금 분리 보관, 불공정거래 규제, 이상거래 감시 등은 이용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사후 보호장치에 가깝다. 2022년 테라·루나 폭락, 미국 FTX 파산 등 대형 사고가 반복되면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데 따른 조치다. 

다만 이 법은 거래소 바깥의 문제에는 손을 대지 못했다. 토큰발행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근거가 없고, 프로젝트가 중단돼도 투자자는 책임을 물을 곳이 없다. 거래소에 상장되기 전 단계 혹은 거래소를 거치지 않는 자산에 대해서는 여전히 규율 공백이 남아 있다.

그러나 2단계 입법은 성격이 다르다. 단순한 이용자 보호에 그치지 않고 가상자산 시장을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발행구조, 사업자 책임, 시장질서, 시스템 리스크 등이 논의 대상이다. 어떤 자산을 허용할지, 누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등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

1단계가 사고 이후의 이용자 보호에 집중했다면 2단계는 애초에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시장 구조를 설계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이에 따라 규제 대상도 거래소를 넘어 가상자산 발행과 유통의 전 과정으로 확대된다.




2단계 입법이 늦어진 이유


2단계법에 대한 논의가 길어진 것을 입법 지연의 이유로 보기는 어렵다. 논의 대상이 가상자산이라는 틀을 벗어나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확장됐기 때문이다. 특히 결제·지급 기능을 갖춘 디지털자산이 등장하면서 기존 금융질서와의 경계가 흐려졌다.

이 과정에서 관할부처 간 시각차이가 나타났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시장과 사업자 규율을 중심으로 접근한 반면 한국은행은 통화정책과 지급결제 안정성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외환·재정·국제금융 측면에서의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했다. 어느 한 쪽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관여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 된 셈이다.

이견은 공식석상에서도 드러났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스테이블코인이 화폐에 완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틀린 생각"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반면 금융당국은 시장의 현실을 감안한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대상을 두고 서로 다른 원칙이 충돌한 셈이다.

특히 원화연동자산이 논의 대상에 오르면서 가상자산 규제는 금융위의 단독 영역을 벗어나 통화정책과 지급결제 안정성 문제로 확장됐다. 결국 2단계 입법은 가상자산 규제를 넘어 금융 시스템의 경계를 다시 설정하는 작업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이 지점에서 조율과 합의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고 입법 속도 역시 자연스럽게 늦춰졌다.

조율 지연은 행정 문제를 넘어 제도 공백에 따른 비용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 거래소의 글로벌 점유율은 2021년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이어갔고 외국인·법인 투자자는 사실상 국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구조가 굳어졌다.

외국인·법인 거래와 가상자산 파생상품이 제한된 국내 시장은 글로벌 자금흐름에서 점차 소외됐다. 그사이 투자 수요는 규제가 느슨한 해외 시장으로 이동했다. 가상자산 2단계법 논의가 '규제 정비'를 넘어 '경쟁력 회복' 과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멈춘 정책, 움직이는 시장

제도에 대한 논의가 정체된 사이 시장은 빠르게 변했다. 가상자산이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결제와 가치이전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이 흐름에서 정책의 초점도 거래소 규율에서 발행구조로 이동했다. 특히 2024년 유럽연합(EU)이 가상자산시장법 '미카(MiCA)'를 시행하고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자 국내에서도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그 중심에 스테이블코인이 있다. 가격안정을 목표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가상자산과 달리 발행자의 책임과 상환구조를 전제로 한다. 특히 원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은 민간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의 성격을 띠며 통화·결제 질서와 맞닿아 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의 제도권 편입이 가속될 경우 국내 자금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쏠릴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가상자산 규제를 넘어 통화·결제 주권의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이유다.

결국 2단계 입법이 지체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가상자산을 ‘시장’으로 볼 것인지 ‘금융’으로 편입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2단계법이 늦어진 것은 속도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를 가상자산 규제로 보고 어디서부터를 금융질서로 볼지부터 다시 따져야 했기 때문”이라며 “거래소 규율에서 출발한 논의가 발행과 통화 문제로 확대되면서 합의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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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법 분기점] ① 이용자 보호 이후…2단계법 늦어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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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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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담

가상자산 2단계법 입법을 앞두고 이슈와 쟁점을 짚어봅니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2단계 입법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용자 보호 중심의 1단계를 '응급처치', 발행·유통 규율까지 포괄하는 2단계를 '본게임'으로 본다. 가상자산 2단계법은 처음부터 예정돼 있었지만 논의가 예상보다 훨씬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이다.


이용자 보호'에 머문 1단계

15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거래소를 중심으로 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예치금 분리 보관, 불공정거래 규제, 이상거래 감시 등은 이용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사후 보호장치에 가깝다. 2022년 테라·루나 폭락, 미국 FTX 파산 등 대형 사고가 반복되면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데 따른 조치다. 

다만 이 법은 거래소 바깥의 문제에는 손을 대지 못했다. 토큰발행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근거가 없고, 프로젝트가 중단돼도 투자자는 책임을 물을 곳이 없다. 거래소에 상장되기 전 단계 혹은 거래소를 거치지 않는 자산에 대해서는 여전히 규율 공백이 남아 있다.

그러나 2단계 입법은 성격이 다르다. 단순한 이용자 보호에 그치지 않고 가상자산 시장을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발행구조, 사업자 책임, 시장질서, 시스템 리스크 등이 논의 대상이다. 어떤 자산을 허용할지, 누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등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

1단계가 사고 이후의 이용자 보호에 집중했다면 2단계는 애초에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시장 구조를 설계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이에 따라 규제 대상도 거래소를 넘어 가상자산 발행과 유통의 전 과정으로 확대된다.




2단계 입법이 늦어진 이유


2단계법에 대한 논의가 길어진 것을 입법 지연의 이유로 보기는 어렵다. 논의 대상이 가상자산이라는 틀을 벗어나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확장됐기 때문이다. 특히 결제·지급 기능을 갖춘 디지털자산이 등장하면서 기존 금융질서와의 경계가 흐려졌다.

이 과정에서 관할부처 간 시각차이가 나타났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시장과 사업자 규율을 중심으로 접근한 반면 한국은행은 통화정책과 지급결제 안정성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외환·재정·국제금융 측면에서의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했다. 어느 한 쪽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관여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 된 셈이다.

이견은 공식석상에서도 드러났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스테이블코인이 화폐에 완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틀린 생각"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반면 금융당국은 시장의 현실을 감안한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대상을 두고 서로 다른 원칙이 충돌한 셈이다.

특히 원화연동자산이 논의 대상에 오르면서 가상자산 규제는 금융위의 단독 영역을 벗어나 통화정책과 지급결제 안정성 문제로 확장됐다. 결국 2단계 입법은 가상자산 규제를 넘어 금융 시스템의 경계를 다시 설정하는 작업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이 지점에서 조율과 합의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고 입법 속도 역시 자연스럽게 늦춰졌다.

조율 지연은 행정 문제를 넘어 제도 공백에 따른 비용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 거래소의 글로벌 점유율은 2021년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이어갔고 외국인·법인 투자자는 사실상 국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구조가 굳어졌다.

외국인·법인 거래와 가상자산 파생상품이 제한된 국내 시장은 글로벌 자금흐름에서 점차 소외됐다. 그사이 투자 수요는 규제가 느슨한 해외 시장으로 이동했다. 가상자산 2단계법 논의가 '규제 정비'를 넘어 '경쟁력 회복' 과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멈춘 정책, 움직이는 시장

제도에 대한 논의가 정체된 사이 시장은 빠르게 변했다. 가상자산이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결제와 가치이전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이 흐름에서 정책의 초점도 거래소 규율에서 발행구조로 이동했다. 특히 2024년 유럽연합(EU)이 가상자산시장법 '미카(MiCA)'를 시행하고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자 국내에서도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그 중심에 스테이블코인이 있다. 가격안정을 목표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가상자산과 달리 발행자의 책임과 상환구조를 전제로 한다. 특히 원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은 민간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의 성격을 띠며 통화·결제 질서와 맞닿아 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의 제도권 편입이 가속될 경우 국내 자금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쏠릴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가상자산 규제를 넘어 통화·결제 주권의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이유다.

결국 2단계 입법이 지체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가상자산을 ‘시장’으로 볼 것인지 ‘금융’으로 편입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2단계법이 늦어진 것은 속도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를 가상자산 규제로 보고 어디서부터를 금융질서로 볼지부터 다시 따져야 했기 때문”이라며 “거래소 규율에서 출발한 논의가 발행과 통화 문제로 확대되면서 합의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